지구에 사는 어떤 신의 영수증1 완벽한 개업 축하 시 시집이 무겁다 책을 덮고 나면 가슴이 싸해진다.강보원 시인의 첫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읽고 나면 그렇다. 이 시집은 감정을 조곤조곤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한 척, 툭 내던진 언어로 독자의 속을 천천히 긁는다. 그중에서도 「지구에 사는 어떤 신의 영수증」이라는 시는, 형식부터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낯설다.영수증 위에 시가 있다?시를 읽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영수증이 어떻게 시가 돼?’ 그런데 강보원은 그것을 해낸다. 그는 ‘합계 375,800원’, ‘결제액 375,800원’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숫자 위에, 이렇게 적는다.적자, 적자, 다음 달엔 꼭……이건 농담이 아니다. 이건 한 달을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진심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수증의 주인이 ‘신’이라는 설정이다.‘지구에 .. 독서공방 2025. 4. 1. 더보기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