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들고 식당에? 사전투표, 또다시 불신을 부른 날
한 표를 들고, 줄을 섰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
믿기 어려운 이 장면은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공정한 절차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투표 현장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손에 들고 기표소가 아닌 ‘식당’으로 향한 이 사건은, 이미 지난 선거마다 반복되어온 사전투표 부정 논란을 또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전투표의 핵심은 ‘신뢰’, 그러나 무너진 절차
사전투표는 투표일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한 제도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편의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 ‘편의’가 얼마나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현장에서 벌어진 일은 이렇다.
- 신분 확인만 완료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가 미리 배부
- 기표소는 부족, 대기 공간은 혼잡
- 결국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들고 외부로 나가 줄을 서고, 식사를 하기도 함
이게 왜 문제일까?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수령한 유권자는 곧장 기표소로 입장해 기표를 마쳐야 한다. 외부 이동이나 대기, 보관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는 대리투표, 기표 조작, 용지 교체 등의 부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선관위의 해명? “운영상 미흡”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혼선’이 아니었다
선관위는 신분확인 기기 수와 기표소 수의 불일치,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긴급히 인력을 보강하고 전국 투표소에 유사 상황 방지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투표 현장의 ‘혼선’이 아닌, 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관리 부실과 선거 신뢰 위기다.
특히 온라인과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 “이래서야 대리투표 못 막는다.”
- “또 부정선거 논란 터지겠네.”
- “용지를 밖에 들고 나가도 되면 투표장 의미가 뭐냐.”
되살아나는 기억, 그리고 커지는 의혹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이전 대선과 총선에서도 사전투표함 관리, 봉인 상태 논란, QR코드와 바코드 시스템 오류, CCTV 사각지대 등 사전투표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돼왔다.
그때마다 ‘문제없다’는 해명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매번 이해할 수 없는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민의 불신으로 남는다.
우리가 지금 물어야 할 질문
- 왜 유권자에게 용지를 들고 대기하게 했는가?
- 공직선거법을 숙지하지 못한 투표소 관리자의 자격은?
- 이 사안이 유출, 대리투표로 이어졌다면 책임은 누가 지는가?
- ‘혼잡’과 ‘편의’는 정말 공정성을 무너뜨릴 정당한 이유인가?
더 이상은 ‘실수’라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단발성 사고가 아니다.
사전투표 제도 전반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로, 절차를 무시한다면
그 결과는 단 한 장의 투표용지에 담긴 ‘민주주의’ 전체를 위협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인력 보충이나 지침 전달이 아니라,
전면적 제도 점검과 책임 있는 태도다.
투표는 신뢰로 완성된다
투표는 단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참여해야 한다.
당신의 한 표가 지켜지는 방식은 단순히 선을 긋고 도장을 찍는 그 순간에 그치지 않는다.
그 절차가 법과 원칙 위에 서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선거’라 부를 수 있다.
“우리는 투표하는 사회다.
그러나 그 한 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가.”
— 다시 묻는다, 당신의 투표는 안전했습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