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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전공의 생활 리뷰, 왜 아쉬움이 남았을까?

이름건축가 2025.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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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드라마가 다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남긴 감동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했다. 그래서 그 세계관을 공유한 신작,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이하 슬전생)’의 시작은 기대감과 동시에 비교의 무게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종영을 맞이한 지금,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드라마, 분명 좋은 드라마다.
그러나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됐다.


캐릭터는 있는데, 캐릭터링이 없었다

슬전생은 4명의 1년차 전공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각기 다른 과, 다른 성격, 다른 상처를 가진 네 사람이 모여 병원이라는 복잡한 공간에서 성장하고 버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기억나는 것은 특정 에피소드, 상황일 뿐이다.
어떤 환자를 만나 어떤 선택을 했고, 연애에선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는 남아 있지만,
'이 캐릭터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각인될 만한 장면이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99즈는 친구로서, 의사로서, 인간으로서의 입체감을 갖고 있었다면, 슬전생의 네 사람은 아직 덜 완성된 초안처럼 느껴진다.


연애 서사는 왜 이토록 개연성이 없었을까?

슬전생은 의학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의 흐름은 전공의라는 직업과 연애라는 감정이 균형을 잃은 채 뒤엉킨다.

환자 이야기보다 데이트 장면이 더 긴 회차,
사건이 아니라 감정선에 치우친 전개,
서로를 향한 감정이 깊어지는 과정이 생략된 채, 어느 날 갑자기 키스하고 있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남긴다.

연애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감정을 쌓는 서사가 허술한 연애는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감동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남는다.


조연은 어디에 있었을까?

‘슬의생’에서 조연은 주인공을 빛내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생, 하나의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도재학, 김해준, 장윤복, 안치홍은 환자보다 때로는 더 아팠고,
주인공보다 더 많은 것을 감내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슬전생에서 조연은 다소 ‘관찰자’ 혹은 ‘설명용 캐릭터’에 그친다.
그들의 감정, 고민, 성장 서사는 없다.
그래서 시청자는 그들을 ‘함께 살아가는 병원 식구’가 아닌, ‘극의 장식’처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기 아쉬운 드라마

이 모든 아쉬움을 나열하고도,
마지막 회까지 한 회도 빠짐없이 본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은 여전히 따뜻하고, 단단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현실,
그 안에서 흔들리고 버티는 청춘의 진심,
환자의 삶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분명 좋은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였다.


결론: 더 화제가 되지 못한 이유는 ‘작은 차이’였다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아주 사소한 것들이 쌓여 감정 몰입을 방해했다.

인물의 선명함, 감정의 개연성, 조연의 서사.
이 작은 것들이 갖춰졌다면,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슬전생은 “아깝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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