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메지마 다이스케 캔버스의 모양에 놀라고 그림에 또 놀란다
마치 현실을 비추는 수정구슬, 구 위에 그리는 예술가 사메지마 다이스케
하늘을 바라보면 끝없이 펼쳐진 평면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는 '곡면'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현대미술가 사메지마 다이스케(Daisuke Samejima) 는 그런 발상의 전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면 대부분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게 진짜 그림이라고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둥근 세계에 담긴 또 다른 시선
사메지마 다이스케는 캔버스 대신 ‘구(球)’ 를 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표면이 둥근 구체 위에 풍경을 그립니다. 우리는 그림을 ‘평면’ 위에 그린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사메지마의 작업은 그런 전제를 통째로 뒤엎습니다.
철길, 전신주, 아파트, 구름 낀 하늘 같은 일상의 배경이 구 위에 입체적으로 펼쳐지면, 보는 이의 감각은 마치 렌즈를 통해 왜곡 없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구의 형태가 가져오는 시선의 이동, 미세한 원근의 변화, 그리고 입체적인 깊이감은 관객에게 단순한 '풍경 감상' 이상의 체험을 선사합니다.
낯익음과 낯섦의 공존
사메지마의 작품은 특이한 기법만으로 놀라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포착한 ‘장면’들입니다. 도쿄 외곽의 오래된 철길, 퇴근길 지하철 출입구, 밤하늘 위로 퍼지는 전선줄…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데, 구 위에 담기면서 전혀 낯선 감각을 자극합니다.
어린 시절 유리 구슬 속 세상이 궁금했던 기억, 혹은 차창 밖 풍경이 둥글게 흘러가던 밤의 기억처럼—그의 그림은 기억의 왜곡과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림이 아니라 '경험'
사메지마는 단순히 캔버스의 형태를 바꾼 게 아닙니다. 그는 공간과 시선, 감각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짜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정적인 그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고, 다가가고, 쳐다보며 **주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현장'**입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전시 공간에서도 유독 많은 사람들이 멈춰서 바라봅니다. 어떤 이는 사진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3D 프린팅이나 가상현실의 결과물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의 손끝에서 직접 그려졌다는 사실이, 결국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목차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감각

흥미롭게도 사메지마 다이스케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SNS 시대에 그의 작업은 ‘손으로 그린 현실’이라는 점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강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유하고, 디지털 감각을 지닌 젊은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죠.
그가 보여주는 건 '다르게 보는 법'
사메지마 다이스케의 작품을 보고 나면, 평범한 풍경을 다시 보게 됩니다. 퇴근길 전신주가 낯설게 느껴지고, 주차장 바닥의 그림자마저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죠. 그는 우리에게 거창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습니다. 그저 말합니다.
“이건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젠 다르게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늘 평면을 보며 살아갑니다. 직선과 각진 화면 속에 현실을 가둡니다. 그런데 사메지마는 그것을 ‘구’에 담습니다. 우리에게 세상이 둥글다는 진리를, 눈으로 직접 보여줍니다.
예술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사메지마 다이스케의 구를 바라보세요. 그 안엔 우리가 잊고 지낸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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