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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은 벚꽃이 아니라 오얏꽃이 피어 있다

이름건축가 2025. 3. 23.

덕수궁은 벚꽃이 아니라 ‘오얏꽃’이 핍니다

매년 봄이면 반복되는 착각, 그러나 진실은 아름답습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덕수궁.
회색빛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고즈넉한 시간을 간직한 이곳은, 봄이면 더욱 특별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정갈한 석조 건물과 기와지붕 위로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면, 사람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흘러나오곤 하죠.

“와, 벚꽃이 정말 예쁘다!”

하지만 놀랍게도, 덕수궁 마당을 수놓는 그 꽃은 벚꽃이 아닙니다.
‘오얏꽃’, 다시 말해 자두꽃입니다.


🌸 오얏꽃, 자두나무의 꽃

 

‘오얏’은 자두의 옛말입니다. 따라서 오얏꽃은 자두나무에 피는 꽃을 뜻합니다.
흰빛 혹은 연분홍빛의 작고 아담한 꽃잎이 나뭇가지에 촘촘히 맺히며, 언뜻 보면 벚꽃과 혼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녔죠.

오얏꽃의 특징

  • 크기가 작고 꽃잎이 둥글다
  • 꽃송이 사이 간격이 좁아 더 풍성해 보임
  • 향기가 은은하고 부드럽다
  • 꽃이 진 후 자두 열매가 맺힌다

🌸 오얏꽃 vs 벚꽃, 어떻게 다를까?

오얏꽃 벚꽃 사진
오얏꽃과 벚꽃

두 꽃 모두 봄에 피며 비슷한 색감을 띠고 있어 혼동하기 쉽지만, 그 차이는 꽤 뚜렷합니다.

구분오얏꽃 (자두꽃)벚꽃
학명 Prunus salicina Prunus yedoensis
꽃잎 작고 둥글며 밀집 크고 겹겹이 풍성함
색감 흰색 ~ 연분홍 연분홍 ~ 흰색
개화 시기 3월 말 ~ 4월 초 4월 초 ~ 중순
열매 자두 열매 벚나무는 열매가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음
대표 장소 덕수궁, 궁궐 정원 여의도, 석촌호수, 진해 등

덕수궁에서 피는 꽃은 왕실의 품격을 담은 오얏꽃, 반면 여의도나 진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군락지는 왕벚꽃의 장관입니다.


🏯 오얏꽃, 조선의 상징이 되다

덕수궁에 오얏꽃이 피는 것은 단지 미적 이유만이 아닙니다.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깊은 관계를 지닌 꽃이 바로 이 오얏꽃입니다.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성씨 ‘이(李)’는 자두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왕실을 상징하는 문양이나 건축물 장식에 ‘오얏꽃 무늬’가 새겨지곤 했습니다.

📜 역사 속 오얏꽃

  • 《조선왕조실록》에는 오얏나무를 궁궐에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 조선의 문장(紋章)에는 오얏꽃 모양이 새겨졌으며, 이는 왕실의 권위와 품격을 상징하는 도안이었습니다.
  • 왕과 왕비의 의복 장식, 가마, 병풍, 궁중 문양 등에서도 오얏꽃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 덕수궁에서 오얏꽃을 만날 수 있는 곳

 

서울에서 오얏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덕수궁입니다.
특히 다음 구역에서는 오얏꽃의 풍성함과 궁궐의 정취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 정관헌 옆 돌계단 주변
  • 중화전 앞마당
  • 석조전 주변 담장 길

이곳에서는 화려한 벚꽃이 아니라, 조용하고 단아한 오얏꽃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꽃이 꼭 벚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제 아시겠죠?


🌿 덕수궁 오얏꽃, 봄에만 피는 진짜 궁궐의 품격

오얏꽃은 화려한 군락을 이루진 않지만, 그 속엔 조선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왕실의 상징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 기품은 마치 덕수궁 자체와도 닮아있습니다.
작고 섬세한 꽃잎 하나하나가 수백 년을 지켜온 문화유산의 품격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마무리하며: 봄날 덕수궁에서 진짜 꽃을 보다

다음에 덕수궁을 걷다 연분홍 꽃잎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와, 오얏꽃이 정말 예쁘다."

그 한마디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조선의 이야기를 꺼내주는 열쇠가 될지도 모릅니다.
진짜 봄의 품격은, 아마도 덕수궁 오얏꽃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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