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다의 팬더, 커머슨돌고래를 아시나요?

이름건축가 2025. 5. 18.
반응형

한겨울 바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회색빛 수면 위.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흑백 무늬의 물체. 마치 턱시도를 입은 듯한 그 모습은 눈에 띄게 작고 민첩하다. 이 독특한 생물의 정체는 커머슨돌고래(Commerson's Dolphin). 세계에서 가장 작고도 사랑스러운 해양 포유류 중 하나다.

팬더를 닮은 이유 있는 외모

커머슨돌고래를 처음 본 사람은 십중팔구 이렇게 말한다. “팬더처럼 생겼다.”
실제로 이 돌고래는 흰 몸통에 검은 머리, 검은 등지느러미와 꼬리를 갖고 있어 팬더를 연상케 한다. 해양 생물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색 대비를 가진 종이다.

이 독특한 색은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게 아니다. 바다 속에서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위장 수단이기도 하다. 수면 위에서 보면 어두운 등 쪽이 바다 색과 닮았고, 아래쪽은 하늘빛과 닮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생물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 중 하나

커머슨돌고래는 성체 기준 1.3~1.7미터, 무게는 약 35~60kg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돌고래보다 훨씬 작아 사람과 마주쳤을 때도 그 위협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들은 사람을 보면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오기도 한다. 보트가 만든 물결을 타며 놀거나, 수면 위로 솟구쳐 뛰는 ‘돌핀 점프’는 이들의 장난기 많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커머슨돌고래는 주로 남반구의 차가운 바다에 서식한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연안, 포클랜드 제도, 인도양 남부의 케르겔렌 제도 근처에서 발견된다. 이 지역의 바다는 수온이 낮고, 오징어나 소형 물고기, 갑각류 같은 이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돌고래를 ‘톤이나스 오베라스(Toninas Overas)’라 부른다. '검정과 흰색이 섞인 돌고래'라는 뜻으로, 현지에서의 친근한 애칭이다.

이 작고 귀여운 돌고래도 인간 앞에선 무력하다

커머슨돌고래는 현재까지 국제적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혼획(bycatch): 상업적 어업 활동에서 그물에 우연히 걸려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 해양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은 이들의 호흡기계와 소화기관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 서식지 파괴: 해안 개발과 관광 산업 확장은 이들이 머물고 쉬는 공간을 빼앗는다.

이런 위협은 그들이 작고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의 무관심과 소비 중심의 생활방식이 그들의 삶을 침식시키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바다의 소리

커머슨돌고래는 크지 않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보내는 그들의 초음파 소리와 점프하는 실루엣, 무리 지어 헤엄치는 곡선은 해양 생태계의 조화로운 리듬을 보여준다.

이 돌고래를 아는 것만으로 세상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지만 분명히 있다.

  • 일회용품 줄이기
  • 해양 생물 보호 캠페인 참여
  • 지속가능한 어업 제품 구매

작은 돌고래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존재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커머슨돌고래는 팬더보다 작지만, 우리의 관심과 보호만은 더 커야 한다.
지금도 차가운 바다 어딘가에서 그들은 우리를 향해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