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이 말한 세 개의 시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세 개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각각의 시점은 영혜라는 인물과 그녀의 선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다르게 묘사합니다. 이 세 개의 시점은 각기 다른 인물들의 관점을 통해 영혜의 자아 상실과 사회적 억압, 그리고 폭력에 대한 고찰을 가능하게 합니다.
1. 영혜의 남편 (1부: 채식주의자)
첫 번째 시점은 영혜의 남편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며, 영혜가 갑작스럽게 채식을 선언한 이후의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됩니다. 남편의 시선은 영혜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반영합니다. 그의 눈에 영혜의 행동은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며, 그는 영혜의 채식 선언을 단순히 가정 내에서의 불편함으로 여깁니다. 이러한 남편의 시선은 가부장적 질서에 기초한 인간관계를 상징하는데, 남편은 영혜를 자신의 통제 아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녀의 선택이 자신의 안락함과 기대를 무너뜨린다고 느낍니다.
남편의 시점은 개인의 자유가 가정과 사회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는 방식을 드러냅니다. 그는 영혜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그녀의 행동을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심리적, 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함으로써 통제하려 합니다. 이 시점에서 폭력은 억압된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욕망의 충돌로 나타나며, 남편은 이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영혜를 다시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 합니다.
의미: 남편의 시점은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된 여성의 모습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의 통제적 태도를 상징합니다. 이는 사회적 통념과 규범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얼마나 억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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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부 (2부: 몽고반점)
두 번째 시점은 영혜의 형부의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형부는 예술가로서 영혜에게서 예술적 영감을 찾으며 그녀의 육체적 변화를 주목합니다. 형부는 영혜의 변화에 대해 남편처럼 경멸이나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영혜를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변화된 상태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는 그녀의 등에 있는 몽고반점에서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녀의 몸에 꽃을 그리는 예술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투영합니다.
형부의 시점은 영혜의 자아 상실과 타인의 욕망을 대변합니다. 그는 영혜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으며, 대신 자신의 예술적 욕구와 금기를 넘나드는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영혜가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형부는 그녀를 다시 억압하고 객체화합니다.
의미: 형부의 시점은 예술과 욕망이 어떻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상징합니다. 영혜는 더 이상 주체적인 인물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며, 이는 영혜가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3. 인혜 (3부: 나무 불꽃)
마지막 시점은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인혜는 영혜의 변화를 지켜보며 그녀가 어떻게 자아를 잃어가는지를 목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억압된 삶을 살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인혜는 동생이 경험하는 고통과 상실을 지켜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영혜가 결국 인간의 본성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에 대해 혼란을 느낍니다.
인혜의 시점은 가족 간의 연대와 동시에 자아 탐구를 의미합니다. 인혜는 영혜의 비극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며,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며 살아온 자신의 억압된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딜레마가 드러납니다. 인혜의 시선은 영혜의 선택이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의미: 인혜의 시점은 자아 상실과 회복의 주제를 상징합니다. 영혜가 자아를 잃고 인간성을 버리는 과정을 통해 인혜는 자신의 억압된 자아를 깨닫고, 자신의 삶과 선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습니다. 이는 자아 상실이 곧 새로운 자아의 발견을 의미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세 개의 시점이 의미하는 바
채식주의자의 세 개의 시점은 영혜의 변화와 자아 상실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어떻게 그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줍니다. 남편은 가부장적 통제의 상징으로, 형부는 예술과 욕망을 통한 객체화의 상징으로, 인혜는 자아 탐구와 가족 간의 연대를 통해 영혜의 삶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러한 시점의 변화는 개인과 사회, 인간성과 자연, 억압과 자유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탐구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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