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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단 2%만 가질 수 있는 머리, 그 머리를 찍는 사진사

이름건축가 2025. 4. 20.

전 세계 단 2%만 가질 수 있는 머리카락 색, ‘빨간 머리’의 비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색, 머리카락.
그 중에서도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컬러가 있습니다.
햇살 아래 금빛으로 빛나고, 흐린 날엔 붉게 물드는 그 색.
바로 빨간 머리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 세계 인구 중 단 2%만이
이 특별한 머리카락을 타고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유전의 기적: 왜 빨간 머리는 희귀할까?

 

빨간 머리는 단순히 염색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색입니다.
그 열쇠는 바로 MC1R 유전자.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멜라닌 생성 방식이 바뀌어
짙은 갈색이나 흑색 멜라닌 대신 페오멜라닌(노란~붉은색 색소)이 생성되며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빨간색을 띠게 됩니다.

하지만 이 MC1R 변이를 양쪽 부모에게서 모두 물려받아야만
빨간 머리가 발현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유전형으로 남아 있는 것이죠.

특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등 북유럽계 국가에서
빨간 머리 비율이 높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선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눈에 띄기 때문에 더 특별한 존재

빨간 머리는 그 희소성 덕분에
동화 속 주인공, 예술의 뮤즈, 혹은 영화 속 강렬한 인물로 자주 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눈에 띈다는 이유로
편견이나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이 ‘다르게 보이는 것’에 주목한 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컬러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설, 조엘 메이어로위츠(Joel Meyerowitz)입니다.


조엘 메이어로위츠, 빨간 머리를 좇다 – Red Heads

1991년, 그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오직 ‘자연산 빨간 머리’를 지닌 사람들만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집이 바로 《Red Heads》입니다.

📸 이 사진집은 단순한 인물 사진이 아닙니다.
그는 ‘빨간 머리’라는 시각적 요소가 사람에게 어떤 정체성을 부여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한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아이, 청소년, 노인까지—
연령과 배경을 가리지 않은 인물들이
메이어로위츠의 카메라 앞에 선 순간,
그들은 하나의 상징이 됩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존재로요.


단 2%의 유전자, 예술이 되다

빨간머리 모델과 사진사
빨간머리 모델

빨간 머리는 단지 색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유전의 우연이자 문화의 렌즈, 그리고 예술가의 시선에서 다시 태어난 존재.

어쩌면 당신이 스쳐 지나친 누군가의 머리칼 한 줄기에도
그 2%의 세계가 숨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조엘 메이어로위츠는 바로 그 세계를
빛과 프레임 속에 담아, 우리에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드문 것들은, 사실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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