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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호가 들어간 의외의 음식들

이름건축가 2025. 3. 5.

오랑캐 호(胡)가 들어간 음식, 그 숨겨진 이야기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음식 중에는 ‘호(胡)’자가 들어간 것들이 많다. 호떡, 호두, 호박, 호초(후추), 호마(참깨) 등 익숙한 이름들 속에 담긴 ‘호(胡)’라는 글자는 사실 ‘오랑캐 호’를 뜻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음식들에 ‘오랑캐’라는 표현이 붙었을까? 그 유래를 따라가 보면 흥미로운 역사와 문화의 흐름이 보인다.

1. 호떡(胡餠) – 서역에서 온 빵

호떡은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이지만, 사실 그 기원은 중국을 넘어 더 먼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호(胡)’라는 글자는 중국에서 서역(중앙아시아, 페르시아 등)에서 전래된 문물에 붙이던 접두어였다. 과거 중국에서는 서역에서 들어온 밀가루 음식들을 ‘호병(胡餠)’이라 불렀고, 이것이 한반도로 전해지면서 기름에 튀긴 형태로 발전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호떡이다.

즉, 호떡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서역에서 온 밀가루 음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때 중국을 거쳐 전해진 외국의 영향을 짙게 받은 음식이지만, 오늘날 한국에서는 독자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아 ‘한국식 호떡’으로 발전했다.

2. 호두(胡桃) – 오랑캐의 복숭아?

 

호두는 견과류의 일종이지만, 한자로는 ‘호(胡) + 도(桃)’라고 표기한다. 여기서 ‘도(桃)’는 복숭아를 뜻하는데, 왜 견과류에 복숭아가 붙었을까? 이는 과거 중국에서 서역(페르시아 등)에서 전래된 나무 열매를 복숭아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호두는 원래 페르시아(현재의 이란) 지역에서 유래한 견과류로,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 중국에서는 외래 작물이라는 의미로 ‘호(胡)’를 붙였고, 한반도에서도 그 명칭을 이어받아 오늘날까지 ‘호두’라고 부른다. 사실상 호두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이지만, 그 기원은 실크로드를 따라 전해진 오랜 역사 속에 있다.

3. 호박(胡瓜) – 오이는 원래 오랑캐의 채소였다?

지금 우리가 ‘호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로 ‘pumpkin’에 해당하는데, 원래 중국에서 ‘호박(胡瓜)’이라고 하면 오이를 의미했다. 즉, ‘호박’이라는 단어는 원래 서역에서 들어온 오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 한반도에서 ‘호박’이라는 단어가 둥글고 큰 과일류에도 적용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단호박’, ‘늙은호박’ 같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자에서 보듯, 원래 ‘호박’은 서역에서 전해진 오이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4. 호초(胡椒) – 외국에서 온 매운 향신료

후추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향신료이지만, 과거 중국에서는 이를 ‘호초(胡椒)’라고 불렀다. ‘호(胡)’가 붙은 이유는 이 향신료가 원래 인도에서 유래해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들에게 후추는 이국적인 향신료였고, 자연스럽게 ‘호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5. 호마(胡麻) – 참깨도 외국에서 온 것?

‘호마(胡麻)’는 오늘날 ‘참깨’를 의미하는데, 역시 서역에서 전래된 작물이다. 참깨는 원래 인도와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중국과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호(胡)’자가 붙었다. 현재는 우리가 아주 익숙한 식재료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오랜 무역과 교류를 통해 들어온 ‘수입 작물’이었다.


📌 왜 ‘호(胡)’자가 붙었을까?

고대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문화권 바깥에서 들어온 물건이나 음식에 ‘호(胡)’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서역(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유입된 것들은 대부분 ‘호’자를 달고 들어왔다. 중국이 문화적으로 받아들였던 외래 음식들이 한국에도 전파되면서 ‘호(胡)’가 포함된 단어들이 그대로 사용되게 되었다.

결국, 호떡, 호두, 호박, 호초, 호마 같은 단어들은 단순한 음식 명칭을 넘어, 세계의 문화 교류와 무역의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을 통해 수백 년 전의 교류와 음식 문화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며

평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부르는 음식 이름 속에도 역사와 문화의 흐름이 담겨 있다. ‘오랑캐 호(胡)’가 붙은 음식들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과거 동서양 문물이 교류하던 흔적이자, 세계 음식 문화가 한반도로 스며든 결과물이다. 다음번에 호떡을 먹거나, 호두를 볼 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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