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웃게 하는 과학, 이그노벨상 이야기
‘진지한 과학만이 위대하다’는 고정관념을 박살 낸 상이 있다.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세상에서 가장 웃긴 과학상이자, 가장 진지한 농담이다.
사람을 웃게 하고, 생각하게 하라
이그노벨상은 1991년, 하버드대학교 유머 과학잡지인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에서 시작됐다.
노벨상과 발음이 비슷한 ‘Ig Nobel’은 ‘Ignoble(비천한)’과 노벨(Nobel)의 언어유희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놀랍도록 깊다.
그 기준은 단 하나.
‘사람을 웃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
이그노벨상은 매년 10월, 진짜 노벨상보다 1~2주 먼저 시상식을 연다.
그 장면이 또 압권이다.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그노벨 트로피를 전달하는 퍼포먼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면서 찬란한 장면인가.
과학계 대표 유쾌한 반전 모음.zip
이그노벨상이 수여한 황당무계하지만 과학적으로 진지한 수상작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 5초 안에 먹으면 괜찮을까?
2004년 공중보건상
미국 고등학생 질리언 클라크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5초 룰’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세균은 초단위로 신경 안 씀.”
과학적 호기심의 승리이자, 스낵을 집어먹는 인간 본능에 대한 과학적 검토다.
커피는 왜 들고 걸으면 꼭 쏟을까?
2017년 유체역학상
한국의 한지원 연구자는 “왜 우리는 커피를 쏟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유체 진동, 보행 리듬, 컵 구조까지 정밀하게 분석했다.
우리의 아침 출근길 커피는 그렇게 과학이 되었다.
냄새나는 양복 대신, 향기나는 양복
1999년 환경보호상
한국의 권혁호 연구원이 개발한 ‘향기 나는 양복’은 땀 냄새를 상쾌하게 바꾸는 기능성 섬유 혁신이었다.
유쾌한 발명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친환경 섬유기술의 미래 가능성을 연 프로젝트였다.
침으로 닦으면 더러움이 사라질까?
2018년 의학상
포르투갈 연구진은 실제로 ‘침’이 세척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yes’. 고대인의 침 세척 습관은 ‘근거 없는 미신’이 아니었다.
임산부가 잘 안 넘어지는 이유는?
2009년 물리학상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린 임산부는 왜 잘 넘어지지 않을까?
신체 구조와 균형 보정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한 연구는 *“사람의 진화가 얼마나 정교한지”*를 보여줬다.
대한민국도 이그노벨상 수상국!
한국은 단순히 ‘웃긴 과학’의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향기나는 양복, 커피 쏟음 연구 등 여러 수상 사례는 한국 과학자의 유쾌한 상상력이 세계에서 통하고 있다는 증거다.
단순히 웃고 끝나는 상?
절대 아니다.
이그노벨상은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 🤔 사소한 호기심이 위대한 발견의 출발점이 된다.
- 🧪 과학은 일상의 불편함 속에서 시작된다.
- 💡 '비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이후 진짜 노벨상을 받은 인물도 있다.
처음엔 웃었지만, 나중엔 박수를 보냈던 연구.
“웃음은 가볍지만, 과학은 무겁다.”
마무리하며
세상을 바꾼 과학은 늘 비정상에서 출발했다.
이그노벨상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상한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그것이 과학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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