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17억 그림이 300억이 된 경매장
뱅크시의 '실수'가 만든 300억 원짜리 예술: 파괴가 곧 창조가 되다
예술을 찢었을 뿐인데, 가격은 17배가 올랐다.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의 모든 시선은 단 하나의 그림에 집중됐다. 바로, 뱅크시(Banksy)의 대표작 〈Girl with Balloon〉. 이 그림은 한 아이가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을 바라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성의 이미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트리트 아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낙찰가, 약 17억 원(104만 파운드). 하지만 모두가 박수를 칠 준비를 하던 그 순간—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 그림을 찢은 사람, 뱅크시
낙찰 직후, 그림 하단에서 갑자기 파쇄기가 작동하며 캔버스가 찢기기 시작했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모두가 당황했지만 곧 그것이 뱅크시의 철저히 계획된 퍼포먼스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조롱, 예술 경매라는 시스템에 던지는 반항으로, 이 작품 안에 파쇄기를 몰래 설치해둔 것이다. 즉, 그림이 낙찰되는 순간 그 상업성을 "직접 파괴"한 셈이다.
🖼 이름도 바뀌었다: Love is in the Bin
파괴된 작품은 단순히 찢긴 예술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이 작품은 〈Love is in the Bin〉(쓰레기통 속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고, 오히려 뱅크시의 철학이 더 명확히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 그런데 3년 후, 이 그림은 300억 원이 되었다
놀라운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1년, 이 작품은 다시 소더비 경매에 나왔고—놀랍게도 약 300억 원(1,850만 파운드)에 낙찰되며, 무려 17배 상승한 금액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물음이 생긴다.
예술을 파괴했는데, 왜 가격은 치솟았을까?
🎭 예술의 아이러니, 그 안에서 탄생한 새로운 가치
- 파괴의 행위가 창조가 되다: 기존 예술작품을 찢음으로써, 뱅크시는 단순한 그림을 '퍼포먼스 아트'로 확장시켰다. 이 예술적 행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 예술 시장의 아이러니: 상업주의를 비판하려던 그의 의도와 달리, 그 행위 자체가 더 큰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낸 셈이다.
- 희소성과 화제성: 이 사건은 단순한 예술이 아닌 하나의 시대적 이슈, 문화적 아카이브가 되었고, 그만큼 ‘한정판’ 이상의 의미를 얻게 되었다.
🔍 정체불명의 작가, 세계 예술 시장을 뒤흔들다
뱅크시는 여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 중이다. 그의 이름조차 가명이지만,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도화된 예술, 가격으로 환산되는 창작의 가치, 그리고 소비되는 작품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그의 이런 질문이, 오늘날 예술 시장에서 가장 비싼 질문 중 하나가 되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뱅크시의 ‘실수 아닌 실수’는, 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소비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거대한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예술은, 가격표가 붙은 예술일까? 아니면 그 가격을 조롱하는 예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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